소송 당사자 사망 시 절차 중단과 소송수계: 변호사 유무에 따른 차이점
민사 소송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리는 긴 싸움입니다. 이 긴 과정 중에 원고나 피고 중 한 명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소송 당사자가 사라지면 진행 중이던 재판은 어떻게 될까요? "사람이 죽었으니 소송도 자동으로 종결되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법률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게 정리되지 않습니다. 재산권과 관련된 다툼은 상속인에게 그대로 승계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소송 도중 당사자가 사망했을 때 법원이 취하는 ‘소송절차의 중단’ 조치와, 상속인들이 이어서 재판을 받게 되는 ‘소송수계(訴訟受繼)’ 절차, 그리고 변호사가 선임되어 있을 때의 결정적인 차이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소송절차 중단 제도의 취지
민사소송법 제233조는 "당사자가 죽은 때에는 소송절차는 중단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소송절차의 중단’**이라고 합니다.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인데 당사자가 사망하면, 방어하거나 공격할 주체가 사라지게 됩니다. 이때 만약 법원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 버리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속인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패소 판결을 받을 위험에 처합니다.
따라서 법은 남겨진 상속인들이 "아, 고인에게 이런 소송이 있었구나"라고 인지하고, 재판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시계를 잠시 멈추는(중단)’ 장치를 마련해 둔 것입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변론기일이 열리지 않으며, 모든 소송 행위가 정지됩니다.
절차가 다시 시작되는 과정: 소송수계
멈춘 시계를 다시 돌아가게 하려면 누군가가 그 자리를 대신 채워야 합니다. 이를 법률 용어로 **‘소송수계(Taking over of procedure)’**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소송을 이어받는다는 뜻입니다.
상속인들은 고인의 사망 사실을 안 후,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첨부하여 법원에 "제가 고인의 상속인이니 이 소송을 이어받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소송수계신청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만약 상속인들이 소송을 이어받기 싫어서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상대방(살아있는 당사자)이 법원에 "상속인들을 찾아서 소송을 계속하게 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상속인들에게 소송수계 명령을 내리고, 강제로 재판을 재개시킵니다. 즉,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절차가 아닙니다.
핵심 변수: 변호사(소송대리인)가 있는 경우
여기서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한 예외가 있습니다. 바로 **‘변호사가 선임되어 있는 경우’**입니다.
민사소송법 제238조는 소송대리인(변호사)이 있는 경우에는 소송절차가 중단되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그 이유는 변호사는 당사자가 사망하더라도 위임 계약에 따라 소송을 계속 수행할 권한(대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에서는 당사자가 사망하더라도 재판은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됩니다. 판결문이 나올 때까지 상속인들이 법정에 나가지 않아도 되며, 판결문에는 고인의 이름이 아닌 '망인 OOO의 소송수계인 OOO' 형태로 상속인들이 표시되어 송달됩니다.
따라서 고인이 변호사를 선임해 두었다면, 상속인들은 당장 재판이 중단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변호사와 소통하여 향후 소송 방향(상속 포기 여부 등)을 논의해야 합니다.
흔히 발생하는 오해와 주의사항
소송 중 사망과 관련하여 자주 발생하는 오해들을 정리해 드립니다.
1. "사망하면 소송은 무효가 된다?" 아닙니다. 이혼 소송처럼 사람의 신분 관계가 핵심인 소송은 당사자 사망으로 종료되지만, 대여금, 손해배상 등 재산권 관련 소송은 상속인에게 그대로 권리와 의무가 승계되어 끝까지 진행됩니다.
2. "법원이 사망 사실을 알아서 처리해 줄 것이다?" 법원은 당사자가 알리지 않으면 사망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로 판결이 선고되면, 나중에 그 판결의 효력을 두고 복잡한 법적 다툼(대리권 흠결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족이나 상대방은 사망 사실을 안 즉시 법원에 알려야 합니다.
3. "상속포기를 하면 소송수계를 안 해도 된다?" 맞습니다. 적법하게 상속포기 심판을 받으면 상속인의 지위에서 벗어나므로 소송을 이어받을 의무가 없습니다. 다만, 이 사실을 소송 담당 재판부에도 알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법원은 상속인으로 간주하여 소송을 진행할 수 있으므로, 상속포기 심판문을 소송수계 신청에 대한 답변서나 준비서면으로 제출해야 안전합니다.
일반적인 대응 방향
가족이 소송 도중 사망했다면 상속인들은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우선, 진행 중인 소송이 있는지 대법원 '나의 사건 검색' 등을 통해 확인합니다. 그리고 해당 소송에 변호사가 선임되어 있는지 파악합니다. 변호사가 없다면 소송은 중단된 상태일 것이므로, 상속 재산을 파악한 후 상속을 받을지(단순/한정승인) 포기할지를 결정합니다.
상속을 받기로 했다면 법원에 소송수계신청을 하여 재판을 이어가면 되고, 상속을 포기했다면 그 사실을 법원에 알리고 소송에서 빠져나오면 됩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나는 모르는 일이다"라며 법원의 통지를 무시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공시송달 등으로 재판이 진행되어, 상속인도 모르는 사이에 거액의 채무를 떠안는 판결이 확정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소송 당사자의 사망은 재판의 끝이 아니라, 수행 주체가 상속인으로 변경되는 과정일 뿐입니다. 법은 '절차의 중단'을 통해 상속인들을 보호하지만, 이는 영원한 정지가 아닌 잠시의 숨 고르기 시간입니다.
따라서 상속인들은 슬픔 속에서도 고인이 남긴 법적 분쟁을 명확히 인지하고, 소송수계나 상속포기와 같은 적절한 법적 대응을 통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개별 사안의 소송 진행 상황과 대리권 유무에 따라 법적 대응이 달라질 수 있음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