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상속인 간 채무 변제 책임의 범위와 법정상속분에 따른 분할 귀속 원칙

 가족 중 누군가가 사망하여 상속이 개시되면, 남겨진 가족들은 슬픔과 동시에 복잡한 재산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특히 고인이 예금이나 부동산 같은 적극재산뿐만 아니라 갚아야 할 빚, 즉 소극재산을 남긴 경우에는 상속인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감돌기도 합니다. 만약 상속인이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라면 이 빚을 어떻게 나누어 갚아야 하는지는 매우 현실적이고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흔히 형제자매나 배우자가 여러 명일 때, 채권자가 경제적 여력이 있는 특정 상속인 한 사람에게 고인의 모든 빚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합니다. 이때 상속인은 “가족이니까 내가 다 갚아야 하나?” 혹은 “다른 형제가 못 갚으면 내가 대신 갚아야 하는 연대책임이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에 휩싸이게 됩니다. 오늘은 상속인이 여러 명일 때 채권자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의 범위와, 법적으로 규정된 상속 채무의 분배 원칙에 대해 명확히 짚어보겠습니다.


흰색 배경 위에 금색 저울이 놓여 있고, 한쪽 접시에는 여러 개의 작은 추 모양의 무게들이, 다른 쪽 접시에는 ‘DEBT’라고 적힌 하나의 큰 무게가 올려져 있는 아이소메트릭 3D 일러스트. 상속인 간 채무 분담과 재산 균형을 상징하는 금융·법률 개념 이미지.


상속 채무의 성격과 법정상속분의 기본 개념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민법에서 규정하는 ‘법정상속분’과 ‘금전채무’의 성격을 이해해야 합니다. 법정상속분이란 유언 등으로 별도의 지정이 없을 때 법률에 의해 정해진 상속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통상적으로 배우자는 직계비속(자녀)보다 5할(1.5배)을 더 가산하여 받게 되며, 자녀들 간에는 1:1로 균등하게 배분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중요한 점은 상속되는 대상이 ‘빚(채무)’일 때의 성격입니다. 일반적으로 은행 대출금이나 개인 간의 차용금과 같은 금전 채무는 법률 용어로 ‘가분채무(가분급부)’라고 불립니다. 단어 그대로 ‘나눌 수 있는 채무’라는 뜻입니다. 우리 판례와 다수설은 금전 채무와 같이 급부의 내용이 성질상 나눌 수 있는 경우, 상속 개시와 동시에 법정상속분에 따라 공동상속인들에게 분할되어 귀속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채무 분할의 구조적 원리와 이해관계

왜 법은 상속 빚을 공동상속인 전체가 연대하여 책임지게 하지 않고, 각자의 몫만큼 쪼개는 구조를 취하고 있을까요? 이는 상속인 개개인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불합리한 연대보증의 효과를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만약 상속인 A, B, C가 있고 고인의 빚이 3억 원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법정상속분이 1:1:1이라면 각자 1억 원씩의 빚을 승계하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이를 연대책임으로 규정한다면, 채권자는 경제력이 가장 좋은 A에게 3억 원 전부를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A는 자신의 상속분과 무관하게 다른 형제들의 무자력(돈이 없는 상태)에 대한 위험까지 떠안아야 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됩니다.

따라서 법은 원칙적으로 상속 채무를 ‘상속 개시 시점’에 즉시 법정상속분대로 쪼개버립니다. 즉, 채권자와 상속인 사이에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3억 원짜리 하나의 빚이 아니라 1억 원짜리 빚 3개로 분리되어 각각의 상속인에게 귀속되는 구조입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다소 번거로울 수 있으나, 이는 상속인 각자가 자신이 상속받은 몫에 상응하는 책임만 지도록 하는 공평의 원리를 반영한 것입니다.

자주 발생하는 오해와 예외적 상황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법리적 원칙과 다르게 오해하거나 혼동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대표적인 오해와 주의해야 할 예외 사항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가족이니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는 채권자의 주장입니다. 채권추심 과정에서 채권자들은 회수의 편의를 위해 상속인 중 한 명에게 전액 변제를 독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일반적인 금전 채무는 상속인 상호 간에 연대채무 관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상속인은 자신의 법정상속분에 해당하는 금액만 갚으면 되며, 다른 상속인의 몫까지 대신 갚을 법적 의무는 원칙적으로 없습니다.

둘째, “상속재산분할협의로 빚도 한 사람에게 몰아줄 수 있다”는 오해입니다. 가족들끼리 협의하여 “첫째가 집을 받는 대신 빚도 다 갚기로 한다”고 약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가족 내부적으로는 유효할 수 있으나, 채권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면책적 채무인수’라고 하는데, 채권자의 동의 없이 상속인들끼리 빚을 넘기는 합의를 했다고 해서 채권자가 이를 따라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채권자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법정상속분대로 각자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셋째, 일반 채무가 아닌 ‘상속세’와 같은 세금 문제입니다. 여기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민간 거래에서의 빚과 달리, 상속세나 증여세 등 국세의 경우에는 상속인들 간에 ‘연대납세의무’가 부여됩니다. 즉, 세금 문제에 있어서는 다른 상속인이 세금을 내지 못하면 내가 대신 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일반 채무와 명확히 구분하여 이해해야 합니다.

채권자의 청구에 대한 일반적 대응 방향

공동상속인으로서 채권자로부터 과도한 청구를 받았을 때 고려해야 할 일반적인 대응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청구된 채무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해당 채무가 일반적인 대출금이나 차용금인지, 아니면 보증 채무나 세금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법리가 달라집니다. 고인이 생전에 다른 사람의 빚에 대해 ‘연대보증’을 섰고 그 지위를 상속받은 경우라면, 상속인들도 연대보증 채무를 상속받게 되어 분할되지 않는 전액에 대한 책임을 질 여지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자신의 법정상속분을 정확히 계산하여 대응 범위를 설정해야 합니다. 채권자가 전체 금액을 청구해오더라도, 법적으로 본인이 부담해야 할 몫은 상속분에 해당하는 비율만큼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내용증명이나 답변서 등을 통해 본인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주장하는 것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적법한 절차를 통해 상속 포기를 했다면 채무는 전혀 승계되지 않으며, 한정승인을 했다면 상속받은 재산 범위 내에서만 상속분에 따른 채무를 변제하면 됩니다.

마무리하며

상속인 다수일 때 발생하는 채무 문제는 ‘연대책임’이라는 막연한 두려움과 ‘법정상속분’이라는 법적 권리 사이에서 혼란을 겪기 쉽습니다. 핵심은 원칙적으로 금전 채무는 상속인 머릿수와 상속분에 따라 쪼개진다는 점입니다.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은 법이 정한 나의 상속분까지이며, 형제나 다른 가족의 몫까지 강제로 떠안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세금 문제나 보증 채무 등 특수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연대책임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채무의 종류를 꼼꼼히 살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상속 채무 독촉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정확한 법적 분담 비율을 확인하고 차분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구체적인 판단은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와 채무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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