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포기했는데 왜 빚 갚으라 하죠?" 법원 결정문 받고도 당황하는 이유

괴로워하며 머리를 감싸 쥔 남자의 모습. \"상속 포기했는데 빚 독촉?\"이라는 큰 글씨와 \"법원 결정문 받고도 당황하는 이유\"라는 작은 글씨가 보인다. 배경에는 빨간색 독촉장 봉투와 법원 문서들이 있다.

 “분명 법원에서 상속 포기 결정문까지 받았는데, 채권추심 업체에서 매일 전화가 옵니다. 이거 무시해도 되나요?”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감당할 수 없는 빚 독촉에 시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많은 분이 **“나는 상속 포기를 신청했으니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고 안심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 날아온 소장(訴狀)이나 독촉장 앞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끼곤 하죠.

“부끄러워서 말은 못 했지만, 사실 저도 당했습니다.”

오늘 다룰 이야기는 변호사나 법무사 사무실에서 상담할 때 가장 많이 듣는, 그러나 밖에서는 잘 하지 않는 **‘상속 포기 후의 현실적인 실수들’**입니다. 상속 포기가 만능방패가 되지 못하는 이유와, 나도 모르게 빚을 떠안게 되는 치명적인 실수들을 판례와 함께 정리해 드립니다.


1. 상속 포기는 ‘자동 면책 방패’가 아닙니다

상속 포기는 부모님(피상속인)의 재산도, 빚도 모두 물려받지 않겠다는 법적 의사표시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절차’와 ‘타이밍’**입니다.

대부분 "상속 포기 각서 썼으니까 됐어"라고 생각하지만, 가족끼리 쓴 각서는 법적으로 효력이 없습니다. 반드시 **가정법원에 신고하고 심판 결정(수리)**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법원의 결정문을 받았다고 해서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법원은 당신이 '서류상' 상속을 포기했다는 것을 확인해 줬을 뿐, 당신의 ‘행동’까지 보증해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2. 가장 치명적인 실수: "나도 모르게 '단순승인'이 되었다?"

채권자가 상속 포기자에게 당당하게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속인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법정 단순승인’**에 해당하는 행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1026조는 다음과 같은 행위를 하면 상속을 포기했더라도 **‘빚을 포함한 모든 상속을 승인한 것(단순승인)’**으로 간주합니다.

  1.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 행위

  2.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 소비한 경우

🚩 [실제 사례] 차 한 대 팔았다가 수억 원 빚을 떠안은 김 씨

아버지의 빚이 많아 상속 포기를 신청한 김 씨. 아버지가 타던 낡은 소형차 한 대가 눈에 밟혔습니다. 어차피 똥차라 돈도 안 될 것 같아 폐차장에 넘기고 고철값 30만 원을 받았습니다.

결과: 채권자는 이를 ‘상속재산 처분’으로 간주하여 소송을 걸었고, 법원은 채권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고작 30만 원 때문에 아버지의 빚 1억 원을 고스란히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 대법원 판례 (2010다28*) 등** 법원은 상속인이 상속 포기 신고 전후를 불문하고, 재산을 처분하면 단순승인으로 봅니다. 여기서 '처분'이란 매각뿐만 아니라, 예금을 인출해 자신의 계좌로 옮기거나, 전세 보증금을 수령하는 행위도 포함됩니다.

3. 상속 포기했는데도 독촉장이 날아오는 3가지 현실 이유

법적으로 완벽하게 포기했는데도 왜 계속 연락이 올까요?

(1) 채권 시스템의 사각지대: "그들은 아직 모른다"

가장 흔하지만, 해결하기 쉬운 경우입니다. 금융기관이나 대부업체는 누가 상속을 포기했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없습니다. 전산상으로는 여전히 당신이 '상속인'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독촉장을 보냅니다.

  • 해결책: 당황하지 말고 법원에서 받은 ‘상속포기 심판 결정문’ 복사본을 채권자에게 팩스나 내용증명으로 보내면 대부분 해결됩니다.

(2) 장례비용 처리 중 발생한 실수

"장례비는 부모님 돈으로 써도 된다던데?"라는 말을 듣고, 부모님 계좌에서 돈을 빼서 썼다가 문제가 되는 경우입니다.

  • 주의점: 판례상 합리적인 범위 내의 장례비용 사용은 인정되지만, 입증 책임은 유족에게 있습니다. 영수증 없이 현금을 인출해 쓰거나, 장례비 외의 용도로 10원이라도 섞여 들어갔다면 이를 빌미로 채권자가 소송을 걸 수 있습니다.

(3) 상속과는 별개인 '보증'과 '보험금'의 함정

이 부분이 가장 억울해하는 지점입니다.

  • 연대보증: 아버지가 돈을 빌릴 때 자녀가 **'연대보증인'**으로 서명했다면? 이건 상속의 문제가 아닙니다. 상속을 포기해도 **'보증인으로서의 내 책임'**은 그대로 남습니다.

  • 사망보험금: 수익자가 '법정상속인'으로 지정된 보험금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봅니다(수령 가능). 하지만 수익자가 '피상속인(사망자)'으로 되어 있거나 불분명할 때 이를 수령하면 상속재산 처분이 되어 빚까지 떠안을 수 있습니다.

4.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안전장치와 한정승인)

상속 포기는 '모 아니면 도'입니다. 깔끔하지만, 실수 하나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적으로는 **'한정승인'**을 더 권장하는 추세입니다.

  • 한정승인이란? 물려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빚을 갚는 제도입니다.

  • 장점: 혹시라도 나중에 발견된 재산이 있어도 안전하고, 채무 초과 사실을 뒤늦게 알았을 때도 방어가 가능합니다. 후순위 상속인(손자녀, 사촌 등)에게 빚이 대물림되는 것도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정승인 역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재산 목록을 고의로 누락하면 효력을 잃습니다. 따라서 **'상속재산 조회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5. 핵심 요약 및 체크리스트

이미 상속 포기를 하셨거나 준비 중이라면, 아래 내용을 반드시 점검하세요.

  1. 절대 손대지 마라: 법원 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부모님 명의의 통장, 자동차, 부동산, 주식 등 그 어떤 것에도 손대지 마세요. 명의 변경은커녕 폐차도 위험합니다.

  2. 결정문을 챙겨라: 법원의 수리 결정문을 받으면, 빚 독촉이 올 때마다 증거 자료로 제출하세요. 말로 설명하는 것은 소용없습니다.

  3. 기간 엄수: 상속 개시를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반드시 신청해야 합니다.

  4. 우편물 확인: 법원에서 오는 서류를 무시하지 마세요. 채권자가 소송을 걸었는데 "나 상속 포기했으니 괜찮아"라며 무대응했다가, 패소 판결이 확정되어 빚을 갚게 된 사례도 있습니다.

마치며

"몰랐다"는 말은 법원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상속 포기는 빚의 고통을 끊어내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로 그 효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혹시 채권자에게 독촉 전화를 받고 계신가요? 아니면 부모님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이거 중고로 팔아도 되나?" 고민하고 계신가요?

그 행동, 잠시 멈추셔야 합니다. 전문가와 상담하여 내 행동이 '단순승인'에 해당하지 않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수천만 원, 수억 원을 지키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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