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사망 후 남겨진 자동차와 예금, 섣불리 손대면 빚까지 떠안게 되는 이유

자동차 키와 통장 옆에 법률 서적과 저울, 돋보기가 놓인 정돈된 책상의 모습

 가족이 세상을 떠나면 슬픔을 추스르기도 전에 현실적인 문제들이 다가옵니다. 장례 절차를 마친 후, 고인이 남기고 간 유품들을 정리하다 보면 덩그러니 주차된 자동차나 서랍 속의 예금 통장을 발견하게 됩니다. 특히 고인에게 갚지 못한 채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유가족이라면, 이 남겨진 자산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함을 느끼게 됩니다.

"자동차는 중고로 팔아서 빚을 갚아도 될까?", "장례비가 부족하니 통장의 돈을 인출해도 괜찮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가 자칫하면 고인의 모든 빚을 고스란히 떠안게 만드는 법적 단초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사망한 채무자가 남긴 자동차와 예금의 법적 성격과, 이를 다룰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할 '처분 행위'의 개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상속재산으로서의 자동차와 예금의 성격

법률적으로 사람이 사망하면 상속이 개시되고, 사망자의 모든 권리와 의무는 상속인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됩니다. 여기서 '모든'이라는 단어에는 긍정적인 재산(적극재산)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채무(소극재산)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고인 명의의 자동차와 은행 예금은 기본적으로 상속재산에 해당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물건이나 현금처럼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상속인들 사이에서 분할되거나 채권자들에게 변제되어야 할 '권리의 객체'로 취급됩니다. 즉, 이 자산들은 사망과 동시에 공중에 붕 뜨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상속인의 선택(단순승인, 한정승인, 상속포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할 대상이 됩니다.

가장 주의해야 할 함정: 처분 행위와 법정단순승인

채무가 많은 상황에서 상속인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법정단순승인'입니다. 민법 제1026조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 행위를 한 경우, 상속을 단순승인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단순승인으로 간주되면, 상속인은 고인의 재산뿐만 아니라 빚까지 제한 없이 모두 책임지게 됩니다. 비록 나중에 "빚이 더 많은 줄 몰랐다"며 상속포기를 하려 해도, 이미 처분 행위가 있었다면 그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자동차와 예금은 현금화가 쉽고 접근성이 좋아, 상속인이 무심코 처분 행위를 저지르기 가장 쉬운 자산들입니다.

자동차: 운행만 해도 처분으로 볼 수 있을까?

자동차는 동산이지만 등록 자산이기에 소유권 관계가 명확합니다. 채무자가 사망한 후 그 명의의 차량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1. 명의 이전 및 매각 상속인이 차량을 자신의 명의로 이전하거나 중고차 딜러에게 매각하는 것은 명백한 '처분 행위'입니다. 매각 대금으로 고인의 빚을 갚았다 하더라도, 이는 상속재산을 임의로 운용한 것이 되어 단순승인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2. 단순 운행 및 점유 차량을 팔지 않고 상속인이 계속 타고 다니는 것은 어떨까요? 법원은 상황에 따라 이를 '사용·수익'하는 행위로 보아 처분 행위의 일종으로 해석할 여지를 둡니다. 물론 단순히 보관을 위해 이동 주차를 하거나 차량 방전을 막기 위한 관리는 보존 행위로 볼 수 있으나, 마치 내 차처럼 일상적으로 운행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3. 폐차 차량이 너무 낡아 폐차를 하는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경제적 가치가 남아있는 차량을 임의로 폐차하는 것은 재산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고철값(폐차비)을 상속재산 목록에 포함시키거나, 적법한 절차(한정승인 후 청산 등)를 따라야 안전합니다.

예금: 인출과 사용의 법적 의미

금융자산은 더욱 민감합니다. 사망 신고가 접수되면 금융기관은 원칙적으로 계좌를 동결하여 입출금을 막습니다. 하지만 사망 신고 전이나, 모바일 뱅킹 등을 통해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유가족이 예금을 인출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1. 예금 인출 고인의 통장에서 돈을 빼내는 행위 자체는 상속재산에 손을 대는 것입니다. 설령 그 돈을 상속인이 쓰지 않고 따로 보관하고 있다 하더라도, 채권자 입장에서는 재산 은닉이나 처분으로 의심할 수 있습니다.

2. 장례비용 충당의 예외 다만, 판례와 실무에서는 사회 통념상 합리적인 범위 내의 장례비용을 상속재산에서 충당하는 것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인출한 예금을 오로지 장례비로만 사용했다면 처분 행위로 보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합리적인 범위'에 대한 해석은 다툼의 여지가 있으므로, 영수증 등 증빙 자료를 철저히 갖춰야 하며 가급적이면 본인의 돈으로 먼저 결제하고 나중에 정산하는 방식이 안전할 수 있습니다.

상속 형태에 따른 올바른 처리 방향

채무가 많아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고려하고 있다면, 자동차와 예금 처리는 다음과 같이 접근해야 합니다.

상속포기를 결심한 경우 자동차나 예금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차량을 운행하거나 예금을 인출하지 말고, 채권자나 법원에서 처분 절차가 진행되도록 두어야 합니다. 차량 방치로 인한 과태료 등이 걱정될 수 있으나, 상속포기가 확정되면 그 납부 의무에서도 벗어나게 됩니다.

한정승인을 진행하는 경우 한정승인은 상속받은 재산 범위 내에서 빚을 갚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자동차와 예금은 '적극재산 목록'에 빠짐없이 기재해야 합니다. 이후 법원의 수리 결정이 나면, 민법상 정해진 청산 절차(경매, 환가 등)를 통해 현금화하여 채권자들에게 비율에 맞춰 배당해야 합니다. 임의로 처분하여 특정 채권자에게만 갚거나 유용해서는 안 됩니다.

마무리하며

사망한 채무자가 남긴 자동차와 예금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복잡한 법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속재산입니다.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니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나, "급하니까 일단 쓰고 보자"는 행동은 상속인에게 감당하기 힘든 부채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인에게 채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재산에 손을 대기 전에 반드시 상속재산 조회를 통해 전체적인 재산 규모를 파악하고,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등 적절한 방향을 먼저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순서는 항상 '행동'보다 '판단'이 먼저여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판단과 적용은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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