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밀린 세금도 상속될까? 국세 체납액 승계 원칙과 한정승인의 효력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재산을 정리하다 보면 은행 대출금이나 카드값 같은 사적인 채무뿐만 아니라, 밀린 세금 고지서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업을 하시다 부도가 났거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납부하지 못한 국세(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등)나 지방세(재산세, 자동차세 등) 체납액입니다.
일반적인 빚이라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알고 있지만, 채권자가 '국가'인 세금 문제는 왠지 다를 것 같다는 두려움이 앞섭니다. "세금은 끝까지 추적한다던데, 자식 된 도리로 무조건 갚아야 하는 것 아닐까?", "상속포기를 해도 세금은 따라오는 것 아닐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세금 체납액 또한 법적으로는 '상속되는 채무'의 일종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자녀의 고유 재산으로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세 및 지방세 체납액의 상속 승계 원칙과 상속인의 대응 방법에 대해 정리해 드립니다.
조세 채무의 상속성: 세금도 빚이다
우리 법체계에서 세금 납부 의무는 공법상의 의무이지만, 동시에 재산적 가치를 지닌 채무(빚)의 성격을 가집니다. 따라서 피상속인(사망자)이 사망하면, 국세기본법 제24조 등에 따라 납세 의무 또한 상속인에게 승계됩니다.
즉,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단순승인'이 된 경우라면, 자녀들은 부모님이 내지 못한 세금을 본인의 재산으로 대신 납부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지게 됩니다. 이는 일반적인 은행 대출금 상속과 동일한 구조입니다. 국가가 채권자라고 해서 상속 절차를 무시하고 무작정 자녀의 통장을 압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법한 상속인이 된 이상 납부 책임은 피할 수 없습니다.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의 효력은 세금에도 미칠까?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상속포기를 하면 세금도 안 내도 되나요?" 대답은 **"그렇다"**입니다.
조세 채무 역시 상속 채무의 일부이므로, 민법상 적법한 절차를 통해 상속포기를 했다면, 상속인은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이 되므로 납세 의무 또한 승계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고인의 체납 세금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
한정승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정승인을 하게 되면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채무를 변제할 책임을 집니다. 따라서 고인이 남긴 재산이 '0원'이고 체납 세금이 '1억 원'이라면, 상속인은 물려받은 재산이 없으므로(0원), 결과적으로 납부해야 할 세금도 없게 됩니다. 국세청이나 지자체도 한정승인 판결문을 제출한 상속인의 고유 재산(상속인 본인의 월급 통장 등)에는 압류를 걸 수 없습니다.
주의할 개념: 상속으로 인한 납세의무의 승계 범위
가끔 "세금은 상속인 고유 재산으로도 갚아야 한다던데?"라는 오해가 생기는 이유는 **'납세의무 승계의 범위'**에 대한 법 조항 때문입니다.
국세기본법은 "상속인이 상속으로 받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 피상속인의 국세 등을 납부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복잡해 보이지만, 이는 '실질적인 한정승인'의 원리를 세법에도 반영한 것입니다.
즉, 상속인이 상속포기를 하지 않고 상속을 받았다면 세금도 승계되지만, 그 책임의 한도는 어디까지나 **'물려받은 재산 총액'**까지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5천만 원의 재산을 물려받았는데 체납 세금이 1억 원이라면, 국가는 상속인에게 5천만 원까지만 세금을 걷을 수 있고, 나머지 5천만 원을 받기 위해 상속인이 원래 가지고 있던 집을 팔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고인의 체납 세금 vs 상속세의 차이
용어를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피상속인의 체납 세금: 고인이 살아생전에 냈어야 했으나 못 낸 세금(종소세, 부가세 등). 이는 **'채무(빚)'**입니다.
상속세: 고인의 사망으로 인해 재산이 상속인에게 이전되면서 발생하는 세금. 이는 상속인 본인이 내야 하는 **'새로운 세금'**입니다.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통해 면제받거나 책임이 제한되는 것은 1번(체납 세금)입니다. 만약 상속받은 재산이 많아서 2번(상속세)이 부과되었다면, 이는 상속인이 당연히 내야 하는 세금이며 한정승인과는 무관합니다.
확인 방법과 대응 절차
부모님의 세금 체납 사실을 모른 채 덜컥 상속을 받았다가는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속 개시 직후 다음과 같은 확인 절차가 필수적입니다.
첫째,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하십시오. 주민센터나 정부24를 통해 신청하면 금융 내역뿐만 아니라 국세·지방세 체납액, 미납액, 환급액까지 일괄 조회가 가능합니다.
둘째, 체납액이 확인되면 상속 비용을 계산하십시오. (적극재산 - 일반채무 - 조세채무)를 계산했을 때 '마이너스'라면, 지체 없이 가정법원에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신청해야 합니다.
셋째, 이미 고지서가 날아왔다면 대응하십시오. 적법하게 한정승인을 마쳤는데도 세무서에서 고지서가 날아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당황하지 말고 한정승인 심판문 사본을 관할 세무서 징세과나 지자체 세무과에 제출하며 "나는 한정승인자이므로 상속 재산 범위 내에서만 납세 의무가 있다"고 소명하면 처리가 됩니다.
글을 마치며
"세금은 무덤까지 따라간다"는 말은 체납자 본인에게 해당하는 말이지, 아무런 죄 없는 상속인에게까지 가혹한 연좌제를 적용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 법은 조세 정의만큼이나 상속인의 재산권 보호도 중요하게 여깁니다.
따라서 고인의 체납 세금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상속 절차를 포기하거나, 본인의 생계비를 털어 갚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침착하게 상속 재산 규모를 파악하고, 법원이 정한 기한 내에 한정승인이나 포기 절차를 밟는다면, 국가에 대한 빚인 세금 문제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안전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판단과 적용은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