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남긴 전세보증금, 제가 받을 수 있을까요?" 집주인도 못 돌려주는 '압류'의 숨겨진 함정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상속 재산을 파악하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큰 목돈이 바로 **‘전세(또는 월세) 보증금’**입니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이 보증금은 유족들에게는 장례비나 상속세를 해결할 소중한 자금줄로 여겨지곤 합니다.

상속인들은 당연히 생각합니다. "집주인한테 방 뺀다고 말하고, 보증금 돌려받아서 빚 정리하면 되겠지?"

하지만 막상 집주인을 찾아갔을 때,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될 수 있습니다. "법원에서 압류 통지서가 날아와서, 상속인분들에게 돈을 내어드릴 수가 없습니다."

내 돈인 줄 알았던 보증금이 하루아침에 묶여버린 상황. 채권자들은 어떻게 고인의 보증금을 정확히 알고 압류했을까요? 그리고 이렇게 묶인 돈은 영영 찾을 수 없는 걸까요? 오늘 이 글에서는 피상속인(고인) 명의의 임대차보증금에 들어오는 채권자들의 강제집행 원리와, 상속인들이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혹은 빚을 털어내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법적 현실을 파헤쳐 드립니다.


이소메트릭 3D 일러스트로, 단면 구조의 집 내부에 보증금을 상징하는 금화 더미가 쌓여 있다. 그러나 집 전체는 노란 ‘Police Line’ 테이프로 둘러싸여 있고, ‘Seized’라고 표시된 붉은 자물쇠와 사슬에 의해 봉인되어 있다. 집 밖에는 가족이 무력한 표정으로 서서 집을 바라보고 있으며, 채무나 법적 절차로 인해 보증금과 재산이 압류·동결된 상황을 설명하는 교육용 금융·법률 개념 이미지.


1. 보증금의 정체: 현금이 아니라 '채권'이다

우선 법적으로 임대차보증금의 성격을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보증금'이라고 부르지만, 이는 현금 뭉치가 집에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계약이 끝났을 때 집주인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즉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입니다.

상속이 개시되면 이 '반환채권'도 상속 재산에 포함되어 상속인들에게 승계됩니다. 문제는 **"권리가 승계되면, 그 권리를 압류할 수 있는 채권자의 자격도 따라온다"**는 점입니다. 고인의 채권자들은 이 보증금이 상속인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기 전에 가로채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습니다.

2. 채권자의 공격 루트: '제3채무자(집주인)' 압박

채권자가 보증금을 확보하는 방법은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입니다. 채권자는 법원을 통해 집주인(법률 용어로 '제3채무자')에게 다음과 같은 명령을 보냅니다.

"고인(또는 상속인)에게 줄 보증금을 그들에게 주지 말고, 묶어두거나(압류) 나(채권자)에게 직접 지급하라(추심)."

가. 사망 전 압류된 경우 고인이 살아계실 때 이미 압류가 들어왔다면, 그 효력은 사망 후에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상속인은 압류된 상태의(사실상 껍데기뿐인) 보증금 반환 채권을 상속받게 됩니다.

나. 사망 후 압류가 들어온 경우 고인이 사망한 뒤에도 채권자는 압류를 할 수 있습니다. 채권자는 보증금 반환 채권이 상속인들에게 넘어갔다는 것을 전제로, 피압류 채권자를 '상속인'으로 표시하여 압류를 진행합니다.

결과적으로 시점과 상관없이, 빚이 있는 고인의 보증금은 채권자들의 **'1순위 타깃'**이 됩니다.

3. 집주인의 입장: "누구에게도 줄 수 없다"

이 상황에서 가장 난처한 것은 집주인입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방을 빼야 하니 보증금을 내주긴 해야 하는데, 법원에서는 "주지 마라(압류)"고 하고, 상속인들은 "돈 달라"고 아우성입니다.

만약 집주인이 상속인들의 사정을 봐줘서 몰래 보증금을 내줬다가 나중에 채권자가 이를 알게 되면, 집주인은 채권자에게 자기 돈으로 보증금만큼을 또 물어줘야(이중 지급)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집주인은 법적인 안전을 위해 **‘공탁(법원에 돈을 맡기는 것)’**을 선택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즉, 상속인의 통장으로 바로 돈이 입금될 가능성은 희박해집니다.

4. 상속 유형별 대응 시나리오

보증금 압류 상황에서 상속인의 대응은 상속의 형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시나리오 A: 상속포기를 한 경우 가장 속 편한 상황입니다. 보증금 반환 채권 자체가 내 것이 아니므로, 압류가 되든 말든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집주인에게 "저는 상속을 포기했으니 다음 순위 상속인이나 법원과 해결하시라"고 통보하고 손을 떼면 됩니다. 단, 절대 보증금을 수령하거나 합의해서는 안 됩니다.

시나리오 B: 한정승인을 한 경우 상속인은 보증금을 받을 권리는 있지만, 이 돈은 고인의 빚을 갚는 데 써야 합니다. 채권자가 압류 및 추심을 해갔다면, 그것으로 빚이 탕감된 것이므로(상속 재산으로 빚을 갚은 셈) 결과적으로 상속인에게 손해는 아닙니다. 다만, '명도(집 비워주기)' 문제가 남습니다. 보증금은 못 받았는데 집은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사 비용이나 미납 관리비 정산 문제를 집주인과 잘 협의해야 합니다.

시나리오 C: 사실혼 배우자의 특례 만약 고인과 함께 살던 배우자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이고 상속인이 한 명도 없다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사실혼 배우자가 임차권을 승계받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보증금은 상속 재산이 아닌 고유 권리로 인정받아 채권자의 압류로부터 일정 부분 보호받을 여지도 있으나, 이는 매우 예외적인 케이스입니다.

5. 주의사항: '우선변제권'과 '최우선변제금'

모든 보증금을 다 뺏기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금: 고인의 보증금이 지역별 기준(예: 서울 1억 6,500만 원 이하 등)에 해당한다면, 그중 일부 금액(예: 서울 5,500만 원)은 압류가 금지됩니다. 이 돈은 채권자보다 상속인(유족)의 생계 보호를 위해 우선 지급될 수 있습니다.

  • 확정일자: 고인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잘 받아뒀다면, 보증금 반환 채권에 대해 다른 일반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변제받을 권리가 유지됩니다.

마무리하며

"전세금은 안전자산이다"라는 생각은 상속 채무 앞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고인의 빚이 보증금보다 많다면, 그 돈은 이미 유족의 것이 아니라 채권자들의 몫일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상속 개시 후 무턱대고 이사 계획을 잡거나 보증금을 자금 계획에 포함시키지 마십시오. 등기부등본 확인은 물론이고, 집주인에게 연락하여 "혹시 법원에서 날아온 압류 통지서가 없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헛된 기대를 막고 냉철하게 상속 절차를 밟는 첫걸음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구체적인 압류 대응 및 배당 절차는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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