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분 카드가 왜 결제됐지?" 사망 후 날아온 카드값의 정체와 절대 긁으면 안 되는 이유
장례를 치르고 슬픔을 추스르기도 전, 고인의 휴대폰으로 '신용카드 결제 알림' 문자가 띠링 울리거나, 다음 달 카드 명세서가 집으로 날아오는 순간 유족들은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분명히 지난주에 돌아가셨는데, 어제 날짜로 결제가 됐다고? 혹시 누군가 카드를 도용한 건 아닐까?"
또는 반대로, 장례비용이 급해서 고인의 지갑에 있던 신용카드를 꺼내 병원비를 결제하려는 유혹에 빠지기도 합니다. **"어차피 상속받을 돈으로 낼 건데, 미리 좀 쓰면 어때?"**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이 두 가지 상황 모두 상속 과정에서 치명적인 법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시한폭탄입니다. 사망 시점과 결제 시점의 미묘한 시차, 그리고 무심코 긁은 카드 한 번이 불러오는 **'형사 처벌'**과 **'상속 포기 불가'**의 끔찍한 나비효과. 오늘 이 글에서는 사망 후 발생하는 신용카드 청구의 진실과 유족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카드 사용의 '레드라인'을 명확히 그어 드립니다.
1. "귀신이 썼나?" 사망 후 청구되는 카드값의 정체
고인이 사망한 뒤에도 카드 대금 청구서가 날아오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일 수 있습니다. 당황하기 전에 **'결제일(Billing Date)'**과 **'사용일(Transaction Date)'**을 구분해야 합니다.
가. 사망 전 사용분 (상속 채무) 신용카드는 '외상 거래'입니다. 오늘 물건을 사도 대금은 다음 달에 청구됩니다. 즉, 고인이 생전에(사망 전날까지) 긁은 카드값이나 할부금은 고인이 사망한 후에도 당연히 청구됩니다. 이것은 귀신이 쓴 것이 아니라, 고인이 남긴 **‘상속 채무(빚)’**입니다. 따라서 상속인들이 갚거나, 상속포기/한정승인 절차를 통해 처리해야 할 대상입니다.
나. 자동이체 및 구독 서비스 (주의 필요) 넷플릭스, 정기구독, 아파트 관리비, 보험료 등 매달 자동으로 결제되는 항목들입니다. 사망 신고를 해도 카드사에 별도로 해지 요청을 하지 않으면, 시스템은 고인이 살아있는 줄 알고 계속 결제를 승인합니다. 이 역시 원칙적으로는 고인의 계약에 의한 채무이므로 상속 빚에 포함되지만, 불필요한 연체를 막기 위해 발견 즉시 해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절대 금기: 사망 후 카드를 '직접' 사용하는 행위
가장 심각한 문제는 유족이 고인의 카드를 **'사망 이후'**에 실물로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장례비가 부족해서", "병원비 정산 때문에", "어차피 내가 상속받을 거니까"라는 이유로 고인의 카드를 긁는 순간, 민사와 형사 양쪽에서 큰일이 벌어집니다.
가. 민사상 효과: 단순승인 간주 (상속포기 불가) 민법은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소비하거나 처분하면 상속을 단순승인한 것으로 봅니다. 고인의 신용카드를 쓰는 것은 고인의 신용(재산적 가치)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입니다. 판례는 이를 명백한 처분행위로 보아, 카드값 몇십만 원 때문에 고인의 수억 원 빚까지 모두 떠안게 되는(한정승인 무효)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나. 형사상 효과: 범죄 행위 (사기죄,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더 무서운 것은 형사 처벌입니다. 카드 명의자가 사망하면 그 카드의 사용 권한은 즉시 소멸합니다. 그런데도 유족이 마치 본인인 것처럼(또는 허락받은 것처럼) 카드를 사용하여 가맹점과 카드사를 속인 행위는 다음 범죄에 해당합니다.
사기죄: 카드사를 속여 재산상 이익을 취함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신용카드 부정 사용
컴퓨터등사용사기: 현금서비스를 받은 경우
"가족인데 어때요?"는 통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상속 분쟁이 생기면 다른 형제들이나 채권자가 이를 문제 삼아 고소할 수 있는 강력한 약점이 됩니다.
3. 이미 결제된 자동이체는 어떻게 처리할까?
고인이 사망한 후에도 며칠간 자동이체로 빠져나간 통신비나 공과금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것도 단순승인이 될까요?
다행히 법원은 **'보존 행위'**의 범위를 어느 정도 인정해 줍니다. 고인의 재산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비용(관리비 등)이 자동 결제된 것만으로는 곧바로 단순승인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분쟁의 씨앗을 남길 필요는 없습니다.
대응법: 사망 사실을 안 즉시 카드사에 연락하여 카드를 정지시키고, 자동이체 연결을 모두 끊으십시오. 이미 결제된 금액은 추후 상속 채무 목록에 포함시켜 한정승인 절차를 밟으면 됩니다.
4. 올바른 대처 매뉴얼: 카드 자르기와 신고
고인의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발견했다면 다음 순서대로 처리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사용 중지: 그 어떤 이유로도(심지어 장례비라도) 긁지 마십시오. 장례비는 상속인의 카드로 먼저 결제하고, 나중에 상속 재산에서 충당(공제)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사망 신고 및 카드 정지: 카드사 고객센터에 전화하여 사망 사실을 알리고 **'사용 정지'**를 신청합니다. (해지가 아닌 정지부터 해도 됩니다.)
채무 확인: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나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 서비스'를 통해 해당 카드사에 남아있는 미결제 금액(할부 포함)을 정확히 파악합니다.
채무 목록 기재: 상속 한정승인 등을 신청할 때, 이 미결제 금액을 '상속 채무' 목록에 빠짐없이 기재합니다.
마무리하며
"사망 후 긁은 카드는 독이 든 성배와 같습니다." 당장의 현금 부족을 해결해 줄 것 같지만, 결국 상속인에게 형사 처벌의 위험과 막대한 빚더미를 안겨주는 결과를 낳습니다.
고인의 카드는 유품이 아니라 **'반납해야 할 플라스틱 조각'**일 뿐입니다. 명세서에 찍힌 날짜가 사망일 이후라면, 그것이 과거의 할부금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부정 사용인지 냉철하게 확인하고, 절대 직접 사용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따른 법적 판단은 변호사 등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