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만 상대로 소송 이겼는데..." 상속인 일부 판결 시 강제집행의 치명적 한계

 돈을 빌려 간 채무자가 사망했을 때, 채권자는 급한 마음에 연락이 잘 되는 상속인(예: 장남) 한 명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곤 합니다. 다른 형제들은 연락처를 모르거나 해외에 있어 송달이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채권자의 머릿속 계산은 이렇습니다. "일단 장남 상대로 승소 판결을 받아내면, 아버지가 남긴 아파트 전체를 경매로 넘겨서 돈을 받을 수 있겠지?"

하지만 막상 판결문을 들고 강제집행을 신청하러 갔을 때, 채권자는 차가운 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법원은 아파트 전체가 아닌, 장남의 지분만큼만 경매를 받아주기 때문입니다. 힘들게 소송에서 이겨놓고도 돈을 절반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요?

오늘 이 글에서는 상속인 전원이 아닌 일부만을 상대로 판결을 받았을 때 발생하는 **‘집행력의 한계’**와, 상속 채무의 법적 성질인 ‘분할 귀속’ 원칙이 강제집행 실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명확하게 분석해 드립니다.


파란색과 흰색의 아이소메트릭 3D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유리 상자 안에 파란색 지붕의 집 모양 케이크가 들어 있습니다. 상자 앞면에는 '일부 집행'이라는 한글 텍스트가, 케이크 옆 표지판에는 '미손상 자산'이라는 텍스트가 있습니다. 법봉이 케이크의 일부를 치고 있으며, 한 남성이 '채권자'라고 쓰인 아이콘이 달린 케이크 한 조각을 접시에 담아 들고 있습니다. 이는 자산의 일부만 분할되어 채권자에게 집행되는 법적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1. 상속 채무의 기본 원칙: '채무도 N분의 1'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 민법이 빚(금전채무)을 어떻게 다루는지 알아야 합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금전 채무와 같이 나눌 수 있는 채무(가분채무)는 상속 개시와 동시에 법정상속분에 따라 공동상속인들에게 **‘당연히 분할되어 귀속’**됩니다.

쉽게 말해, 아버지가 3억 원의 빚을 남기고 돌아가셨고 상속인이 자녀 3명(1:1:1 비율)이라면, 3억 원짜리 큰 빚덩어리 하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 1억 원씩의 빚을 지는 것으로 쪼개진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채권자가 자녀 A만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면, 법원은 A의 몫인 1억 원에 대해서만 갚으라고 판결합니다. 나머지 형제 B, C의 몫인 2억 원에 대해서는 A에게 청구할 권리도, 판결도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2. 판결의 효력 범위: 피고가 아니면 책임도 없다

민사소송법의 대원칙 중 하나는 **‘판결의 효력은 소송 당사자에게만 미친다(기판력의 상대성)’**는 것입니다.

채권자가 편의상 장남만을 피고로 삼아 승소 판결을 받았다면, 그 판결문(집행권원)의 효력은 오직 장남에게만 미칩니다. 소송에서 빠진 차남이나 딸에게는 이 판결문의 효력이 전혀 닿지 않습니다.

따라서 채권자는 이 판결문을 근거로 차남이나 딸의 재산(상속받은 재산 포함)에 압류 딱지를 붙일 수 없습니다. 그들을 상대로 집행하려면, 번거롭더라도 그들을 피고로 하는 별도의 소송을 다시 제기하여 별도의 판결문을 받아야만 합니다. 이것이 일부 상속인만 상대로 소송했을 때 겪게 되는 가장 큰 절차적 낭비입니다.

3. 부동산 강제집행의 딜레마: '지분 경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상속 재산이 ‘부동산(아파트, 주택)’일 때 발생합니다. 고인이 남긴 아파트가 하나 있는데, 채권자가 장남(지분 1/3)을 상대로만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때 채권자가 이 판결문으로 아파트를 경매에 넘길 수 있을까요?

가능은 합니다. 하지만 '아파트 전체'는 불가능합니다. 오직 판결의 대상이 된 장남의 소유 지분, 즉 **‘아파트의 1/3 지분’**만 경매에 부칠 수 있습니다. 이를 **‘지분 경매’**라고 합니다.

문제는 현실성입니다. 아파트의 방 한 칸이나 화장실만 따로 떼어서 살 사람은 세상에 거의 없습니다. 지분 경매는 낙찰가가 감정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고, 낙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유찰이 거듭되기도 합니다. 결국 채권자는 승소하고도 제대로 된 돈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의뿐인 승리'를 거두게 될 위험이 큽니다.

4. 예금 채권의 집행: 은행의 거절

고인이 은행에 예금을 남긴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채권자가 장남을 상대로 받은 판결문을 들고 은행에 가서 "고인의 예금 전액을 인출해 달라"고 요구하면, 은행은 이를 거절합니다.

은행은 판결문에 명시된 **‘장남의 상속 지분(예: 1/3 금액)’**에 해당하는 돈만 지급합니다. 나머지 예금은 소송 당사자가 아닌 다른 상속인들의 몫이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판결문 없이 내줄 수가 없는 것입니다.

5. 전략적 선택: 전원 소송 vs 일부 소송

그렇다면 채권자는 무조건 상속인 전원을 찾아내어 소송해야 할까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 일부 소송이 유리한 경우: 상속인 중 한 명이 확실한 자력(돈)이 있고, 그 사람의 몫만으로도 내 채권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 때입니다. 예를 들어 빚은 5천만 원인데, 장남이 상속받은 지분 가치만 2억 원이라면 굳이 연락 안 되는 동생들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 전원 소송이 필수적인 경우: 상속 재산이 부동산 하나뿐이고, 이를 제값 받고 팔아야만(형식적 경매가 아닌 전체 경매) 빚을 회수할 수 있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실조회와 공시송달을 통해 상속인 전원을 피고로 삼아 판결을 받아야, 부동산 전체를 경매에 넘겨 온전한 배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은 상속 채무 소송에서 진리입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상속인 한 명만 잡아서 소송을 끝내는 것은 빠르고 간편해 보이지만, 집행 단계에서 **'지분 쪼개기'**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히게 만듭니다.

따라서 소송을 시작하기 전, 고인의 남긴 재산의 종류(현금성 자산인지 부동산인지)와 상속인들의 지분 가치를 면밀히 계산해 보고, 일부만 공략해도 되는지 아니면 전원을 한꺼번에 묶어야 하는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구체적인 소송 전략과 집행 가능성은 개별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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