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인이 누군지 모르는데 소송이 되나요?" 상속인 미특정 소송의 적법성과 당사자 정정 절차

 돈을 빌려 간 채무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채권자는 당혹감에 빠집니다. 돈을 받으려면 소송을 걸어야 하는데, 채무자는 이미 세상에 없고, 그 자녀(상속인)들이 누구인지, 이름은 무엇이고 어디에 사는지 전혀 알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때 많은 분들이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어볼 수도 없는데, 상속인을 특정하지 못하면 아예 소송 시작조차 못 하는 것 아닌가?"**라는 절망감에 빠지거나, 반대로 **"일단 돌아가신 분 이름으로 소장을 내면 법원이 알아서 해주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민사소송의 대원칙은 '살아있는 사람'을 당사자로 특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잘못된 피고 지정은 소송 자체가 '각하(심리 없이 거절)'되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상속인 전원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제기된 소송이 법적으로 유효한지, 그리고 법원은 모르는 상속인을 찾아내는 과정(당사자 표시 정정)을 어떻게 허용하고 있는지, 그 적법성의 경계와 해결 절차를 명확히 짚어드립니다.


어두운 조명 아래 중절모와 트렌치코트를 입은 탐정이 돋보기로 낡은 가계도 문서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습니다. 돋보기는 '사망(DECEASED)'이라고 표시된 남성의 선명한 초상화를 확대하여 비추고 있으며, 그 아래 '자녀(CHILDREN)' 섹션의 두 사진은 심하게 픽셀화되어 알아볼 수 없습니다. 한 손에는 돋보기를, 다른 한 손에는 빨간색 펜을 든 누군가가 픽셀화된 사진 아래에 '존 도(JOHN DOE)'와 '제인 도(JANE DOE)'라는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주변에는 법률 서류와 오래된 책상 램프가 보이며 전반적으로 진지하고 긴장감 넘치는 누아르 만화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1. 소송의 대원칙: '죽은 사람'은 피고가 될 수 없다

가장 먼저 주의해야 할 점은 **'사망한 자를 피고로 하여 제기된 소송'**의 효력입니다. 우리 판례는 원칙적으로 소송 제기 당시 이미 사망한 사람을 피고로 한 소송은 부적법하다고 봅니다. 당사자 능력이 없는 자를 상대로 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채무자가 사망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절차적 편의를 위해 '망인(고인)'의 이름으로 소장을 제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원칙적으로는 **'망인의 상속인 OOO'**와 같이 상속인을 피고로 기재해야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상속인이 누구인지 도저히 모를 때"입니다. 이름도 성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소장에 적을 수 있을까요?

2. 상속인을 모를 때의 해법: '일단 제기 후 정정'

법원은 이러한 채권자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하여, 유연한 절차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바로 ‘피고 경정’ 또는 ‘당사자 표시 정정’ 제도입니다.

단계적 접근법

  1. 소장 제출: 채권자는 소장의 피고란에 **'망 OOO의 상속인'**이라고 기재하거나, 일단 파악된 상속인 1명만이라도 기재하여 소를 제기합니다.

  2. 보정 명령 및 사실조회: 소장이 접수되면 법원은 "피고가 특정되지 않았으니 보정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채권자는 이 보정명령서를 근거로 동주민센터에서 망인의 가족관계증명서, 제적등본 등을 발급받을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됩니다.

  3. 당사자 표시 정정: 발급받은 서류를 통해 상속인 전원의 인적 사항(이름, 주소, 주민번호)을 확인한 뒤, 법원에 **'당사자 표시 정정 신청서'**를 제출하여 피고를 '망 OOO의 상속인'이라는 불명확한 대상에서 '김철수, 김영희' 등 구체적인 사람으로 확정합니다.

즉, 처음부터 전원을 특정하지 못했다고 해서 소송이 불법이거나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며, **'특정해 나가는 과정'**을 밟으면 적법한 소송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3. 상속인 일부 누락 시 소송의 운명 (고유필수적 공동소송 여부)

만약 상속인이 3명인데 실수로 2명만 피고로 삼았다면 그 소송은 어떻게 될까요? 이는 소송의 종류에 따라 적법성 여부가 갈립니다.

상황 A: 금전 채무(빚) 청구 소송 (통상 공동소송) 일반적인 빚(가분채무)은 상속인들이 지분대로 나눠 갖습니다. 따라서 채권자가 상속인 중 일부만 알고 있어서 그들만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그 소송은 적법합니다. 누락된 상속인에게는 판결의 효력이 미치지 않을 뿐, 이미 피고로 지정된 사람들에 대한 재판은 정상적으로 진행됩니다.

상황 B: 상속재산 분할이나 등기 관련 소송 (고유필수적 공동소송)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청구 등 성질상 상속인 전원이 반드시 함께 재판을 받아야 하는 사건이 있습니다. 이를 '고유필수적 공동소송'이라고 합니다. 이때는 상속인 중 단 한 명이라도 누락되면 소송 전체가 부적법하여 각하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반드시 앞서 설명한 사실조회 절차를 통해 '전원'을 찾아내어 피고로 추가해야만 합니다.

4. 실무상 발생하는 문제와 해결: '사실조회'의 활용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어봤는데 자녀들이 다 해외에 있거나 주민등록이 말소된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속인의 이름은 알았는데 주소를 모르면 소장 부본을 보낼 수 없어 재판이 멈추게 됩니다.

이때 활용하는 것이 법원의 **‘사실조회 신청’**입니다. 법원을 통해 통신사(휴대폰 가입 정보), 출입국관리사무소(출입국 기록), 행정안전부(주민등록 초본) 등에 조회를 요청하여 상속인들의 실거주지나 연락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끝내 상속인의 소재를 파악할 수 없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공시송달’**을 신청하여 피고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고 판결을 받을 수 있습니다.

5. 상속인들의 입장에서 본 주의사항

반대로, 어느 날 갑자기 "돌아가신 부모님의 빚 때문에 재판이 걸렸다"며 법원에서 서류가 날아온 상속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원고(채권자)가 나를 특정하여 '당사자 표시 정정'을 마쳤다는 것은, 이제 내가 공식적인 피고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이때 "나는 빚진 게 없는데?"라며 무시하면 안 됩니다. 적법하게 소송 당사자가 된 이상,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빚을 모두 인정한 것으로 간주되어 패소 판결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소장을 받았다면 즉시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사실을 주장하거나, 자신의 상속분(책임 범위)을 다투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마무리하며

상속인 전원을 특정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소송 제기는 '불가능'이 아니라 '과정'입니다. 법원은 채권자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상속인을 추적하고 특정할 수 있는 절차적 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채권자는 섣불리 포기하지 말고 법원의 보정 명령과 사실조회 제도를 활용하여 당사자를 특정해야 하며, 상속인들은 자신이 피고로 특정되었을 때 회피하지 말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불필요한 피해를 막는 길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구체적인 소송 요건과 절차는 개별 사안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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