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사망했으니 차는 가져가세요?" 리스·렌탈·할부 계약의 승계와 위약금 폭탄의 진실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다 보면 덩치 큰 물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고인이 타고 다니던 리스(Lease) 차량, 거실에 놓인 안마의자(렌탈), 그리고 아직 할부금이 남은 최신형 냉장고 같은 것들입니다.
유족들은 상식적으로 생각합니다. "물건을 쓰던 당사자가 사망했으니, 계약도 자동으로 종료되고 업체에서 물건을 수거해 가겠지?"
하지만 며칠 뒤,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가 충격적인 답변을 듣게 됩니다. "계약자가 사망하셨어도 남은 계약 기간의 이용료를 다 내시거나, 해지 위약금을 내셔야 합니다."
황망한 상황에서 날아든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의 위약금 청구서. 도대체 왜 계약은 끝나지 않는 걸까요? 오늘 이 글에서는 사망과 동시에 종료될 것이라 오해하기 쉬운 '3대 계약(리스·할부·렌탈)'의 법적 운명과, 상속인들이 위약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대처법을 정리해 드립니다.
1. 계약의 기본 원칙: 사망은 '면죄부'가 아니다
민법상 상속은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의무'에는 빚뿐만 아니라 **'계약상의 지위'**도 포함됩니다.
즉, 고인이 맺은 리스, 할부, 렌탈 계약은 고인의 사망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계약의 당사자 지위가 상속인에게 그대로 넘어옵니다. 법적으로는 상속인이 '새로운 이용자'가 되는 셈입니다. 따라서 업체 입장에서는 사용자가 바뀌었을 뿐 계약은 유효하므로, 계속 돈을 내라거나 해지하려면 위약금을 내라고 요구할 법적 근거가 있습니다.
2. 자동차 리스·장기렌트: 가장 큰 덩어리의 위험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금액 단위가 큰 자동차입니다.
가. 계약 해지 시 (반납) "차 필요 없으니 가져가세요"라고 하면 단순 반납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리스사는 이를 '중도 해지'로 간주합니다. 남은 계약 기간에 따라 막대한 **'중도해지 수수료(위약금)'**와 **'미회수 원금'**을 상속인에게 청구합니다. 차량 가액에 따라 수천만 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 계약 승계 시 (인수) 상속인이 "제가 대신 타겠습니다"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리스사의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상속인의 신용도가 낮으면 승계가 거절될 수 있으며, 승계하더라도 남은 리스료는 고스란히 상속인의 빚이 됩니다.
다. 제3자 승계 (매각)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리스 승계 전문 업체를 통해 타인에게 계약을 넘기는 것입니다. 위약금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매수자를 찾는 기간 동안의 리스료는 상속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3. 할부 계약: 물건은 내 것, 빚도 내 것
할부(예: 카드 할부로 산 TV, 자동차 할부 구매)는 개념이 조금 다릅니다. 이는 물건의 소유권은 이미 고인에게 넘어왔고, 단지 대금만 나눠 갚는 **'금전 채무'**입니다.
따라서 할부 잔액은 100% **'상속 채무'**로 분류됩니다.
상속인: 남은 할부금을 다 갚고 물건을 쓰거나, 물건을 중고로 팔아 할부금을 갚아야 합니다.
주의: 할부금이 남은 물건을 상속인 마음대로 중고나라에 팔아버리면, 이는 '상속재산 처분'에 해당하여 추후 **상속포기가 불가능(단순승인)**해질 수 있습니다.
4. 생활 렌탈 (정수기, 안마의자 등): 의외의 복병
정수기, 공기청정기, 안마의자 등 생활 가전 렌탈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렌탈 약관에는 "계약자 사망 시 위약금 없이 해지 가능"이라는 조항이 없거나,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달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속인은 해당 업체 고객센터에 연락하여 **'사망 진단서'**를 제출하고 위약금 감면 규정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일부 업체는 내부 정책으로 사망 시 위약금을 면제해주기도 하지만, 법적 의무는 아니기에 업체마다 대응이 다릅니다. 만약 면제가 안 된다면, 이 위약금 또한 '상속 채무'로 목록에 올려야 합니다.
5. 상속포기·한정승인을 했다면?
만약 고인의 빚이 많아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했다면 이 계약들은 어떻게 될까요?
상속포기 시 계약상의 지위와 채무가 모두 다음 순위 상속인에게 넘어갑니다. 따라서 상속포기자는 위약금이나 할부금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 단, 절대 그 물건(차량, 안마의자 등)을 사용하거나 처분해서는 안 됩니다. 사용하는 순간 포기는 무효가 됩니다.
한정승인 시 위약금과 미납 렌탈료, 할부 잔액 등을 모두 '상속 채무' 목록에 기재해야 합니다. 그리고 차량이나 물건은 반납하거나 경매(환가)를 통해 처분하고, 그 대금으로 채무를 변제하면 됩니다. 내 돈(고유재산)으로 위약금을 물어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리스 차량의 경우 소유권이 리스사에 있으므로, 채무 목록에 넣되 차량은 반납하는 형태로 정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마무리하며
"사람은 떠나도 계약서는 남는다." 냉정하지만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원칙입니다. 고인이 남긴 리스, 렌탈 물건을 무심코 사용하거나 방치하면 연체료와 위약금이라는 눈덩이가 되어 돌아옵니다.
따라서 사망 후 즉시 모든 계약 업체를 파악하여 '사망으로 인한 해지' 가능 여부를 타진하고, 금액이 큰 자동차 리스 등의 경우 섣불리 반납하기보다 상속 전문가와 상의하여 위약금을 최소화하는 전략(승계 후 매각, 한정승인 등)을 세우는 것이 현명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각 계약서의 약관과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법적 책임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